>>  texts list
   
 
Home

"투잡스, 두 번째 직업이 예술이 되었을 때"
Two Jobs, when second job become art


 
 
 

 


직업職業이란 무엇인가? 두산백과사전에 보면, ‘사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재능과 능력에 따라 업에 종사하며, 정신적·육체적 에너지의 소모에 따른 대가로서 경제적 급부를 받아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활동양식’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작품을 팔아 생활하는 극소수의 예술가를 제외한 나머지 예술가들은 예술가가 아니란 말인가?

예술가라는 직업을 살펴보면 어떠한 직업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와 동일한 개념의 예술가는 아니지만 이미 고대문명기에도 그림과 조각 등을 업으로 하는 직업군이 존재하였다. 중세와 르네상스기를 거치면서 일부 잘나가는 화가들은 기십 명에 달하는 문하생을 거느리며 소규모 기업의 형태를 갖추며 미술품들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때까지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자유롭게 펼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당시의 최고 권력가나 재력가, 교회의 주문에 의해 작품을 생산하는 장인예술(art artisanal, art mechanique)에 더 가까웠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이러한 장인예술과 구별되는 또 다른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동시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의 개념적 근간을 이루는 ‘아트리베로 art libero’이다.

요즘 들어서 리베로는 축구나 배구 같은 스포츠용어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자신의 고정된 포지션을 가지지 않고 경기 상황에 맞추어 자유롭게 공수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선수를 리베로라 한다. 아탈리아어로 ‘자유인’을 뜻하는 이 리베로가 예술을 만나 만들어낸 아트리베로는 항상 타인의 주문에 의해 작품을 제작해오던 오랜 방식을 전복시키고 그야말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칭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물론 이 아트리베로라는 말이 나온 이후에도 상당수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을 후원하는 메세나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거나 아니면 건축물에 들어갈 장식적인 작품을 주문에 의해 생산하는 일에 주력하게 된다. 단순한 인물이나 사물의 재현이 아닌 정신세계의 표명으로서의 회화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17세기 프랑스 태생의 위대한 화가 니콜라 푸생은 표면적으로 보면 주문자들의 요구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한 예술가로 인식된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회화는 정신적인 것이다 Peintura e cosa mentale’ 라는 것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실천했던 이 대 화가 푸생의 편지를 보면 이러한 환상은 이내 깨지고 만다. 편지의 많은 부분이 그를 후원했던 메세나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것들이었고, 이는 힘 있는 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화가이자 한 인간인 푸생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게 어디 푸생만의 일이겠는가? 많은 예술가들이 이런 딜레마 속에서 작업을 이어나갔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대략 20세기를 맞이하기 직전까지는 그래도 창작행위가 많거나 적거나 그래도 예술가들의 밥벌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어떠한 종류의 메세나도 가지지 못한 작가 군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예술이었던 것들과 그렇게 인식되던 모든 것들을 전복시키고 대중과 미술 애호가 층의 기대를 무참하게 밟아버리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자유롭다는 측면에서는 르네상스기에 탄생한 아트리베로라는 말의 진정한 실천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하지 않았나. 이 이상한 직업군은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 보상이 돌아오지 않을 뿐더러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는 직업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는 예술가란 직업 아닌 직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동시대미술에서도 작품을 거래하는 갤러리와 화상이 존재하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예술품들이 유통 소비된다. 하지만 이러한 미술품시장이 그저 남의 일인 작가들이 다수를 이룬다는데 문제가 있다.

자신들의 창작활동이 원해서건 그렇지 않건 간에 경제활동과 맞물려 이어지지 않는 예술가들이 필연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직업, 즉 투잡스를 가지는 것이다. 밥벌이는 안 되도 명색이 자신의 첫 번째 직업인 예술가의 삶을 영유하기 위한 투잡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예술가들의 현실 그 자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잡스는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마치 예술 활동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생계수단이자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 인양 치부되어져 왔다. 하여 이번 투잡스 전시에서는 현재 투잡스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이미 그것을 경험한 열 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두 번째 직업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예술가들의 이동, 반복, 소통의 일상을 전시장 안으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비로소 예술가가 가진 두 번째 직업에 관한 이야기가 부록이 아니라 중심축이 되어서 예술창작의 원천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꿈꾸어 왔지만 온전하게 이루지 못한 아트리베로에 대한 꿈을 생계수단을 위한 노동과 예술작업의 경계가 투명해지는 이 지점을 통해 ‘또 다른 직업이 예술이 되는’ 그 가능성을 펼쳐 보이고자 한다. ■ 글.이민(작가, 투잡스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