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xts list
   
 
Home

"주식회사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의 꿈을 기업 구조의 틀로 묶어내는 예술창작실험 프로젝트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지상낙원을 꿈꾸어왔지만 단 한 번도 이 거창한 목표를 온전히 이루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파라다이스에 도달하기 위한 열망은 결코 실현되지 못할지언정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회공동체의 영원한 희망사항이자 꿈인 것이다. 그 동안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수단으로도 도달할 수 없었던 파라다이스에 대한 꿈을 개념적으로 혹은 예술적 상상력을 통하여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주요 기획 의도이다. 이러한 시도를 체계적인 작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로서 가공의 회사 주식회사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진다. 현대인들이 행복을 느끼는 다양한 지점들에 대한 연구와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주식회사 파라다이스’라는 회사의 설립 준비과정 자체가 작업의 핵심을 이루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자료와 상품(작품)은 마지막에 창사기념행사의 형태를 띤 전시회에 선보이게 된다. 예술의 창작과정부터 전시로 연결되는 미술품 생산과 유통구조를 기업 구조의 틀로 묶어내는 이번 창작실험을 통하여 예술이 사회공동체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안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파라다이스와 유토피아
‘파라다이스 paradise’는 유사어인 ‘유토피아 utopia’의 그리스어 어원(아무데에도 없는 나라)처럼 우리의 사회적 현실 혹은 개인의 삶과는 무관한 이상향에 대한 상상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본 프로젝트의 주제가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다층적인 지점들에 대한 탐구라는 측면에서 유토피아 보다는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의미인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꿈은 절대적인 모델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밖에 없다. 주식회사 파라다이스가 찾는 파라다이스의 모델은 남태평양 어디쯤엔가 있을법한 환상적인 무인도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의 현장, ‘지금 그리고 여기’ 실재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이러한 지점들은 사회공동체의 이상적인 가치가 실현되는 아름다운 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때로는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시대의 단상까지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들이다.

창작행위를 도출시키는 장치로서의 주식회사 파라다이스
가공의 주식회사 파라다이스의 탄생은 최종적인 작업결과물 못지않게 중요한 작업과정의 중요성을 효율적으로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하나의 설정이자 장치이다. 지상낙원 파라다이스의 실현을 목표로 내건 이 회사의 창립을 위한 준비작업은 다양한 형태의 연구활동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것은 주식회사 파라다이스 작가들의 예술적 창작의 원천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결코 실현될 수 없어 보이는 이 회사의 설립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예술적인 상상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은 막연하고 몽환적인 요소 위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현실적인 삶의 양태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출발한다. 예술활동과 기업활동, 비현실적인 상상력과 사회과학적인 탐구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본 프로젝트의 특성은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기준선을 가질 수 없는 ‘행복’에 대한 복합적인 접근방법의 모색인 것이다.

기업행위와 예술행위, 상품과 예술품 사이에서의 경계의 미학
발자크(Balzac)의 소설 “잃어버린 환상”에 나오는 시인 뤼시앙 드 뤼방프레는 주식매매와 성매매의 장소의 한복판에 자신의 산문과 영혼을 파는 가건물을 세우게 되는데 이곳은 즉각적으로 새로운 시(詩)의 장소가 된다. >1) 이러한 상업적 일상과 예술의 비일상 사이의 경계의 놀이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기업활동 방식의 틀 안에서 예술적 창작활동의 가능성을 찾는 주식회사 파라다이스도 이와 유사한 작동원리를 가지고 있다. 현실적인 목적을 가진 기업활동과 파라다이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비현실적인 예술활동이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동인(動因) 은 필연적으로 충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교환과 옮김’의 놀이를 통해 타협점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 투명한 경계 지점은 7명의 예술가로 구성된 주식회사 파라다이스 주주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의 탄생지점이자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사회공동체와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소통의 지점 이기도 하다.

------------------------------------------
1) 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인간사랑, 89p

■ 글.유승덕(작가, 주식회사파라다이스 전시기획자, 프로젝트그룹협동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