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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아트 프로젝트>


 
 
 

 

글. 유승덕(전시기획자/작가)



작년 겨울 어느 날 인터넷 신문을 살피다가 2010년의 10대 키워드가 나온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뛰는 것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SNS에 관하여 문외한이던 필자는 동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인 SNS의 활용방안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장황하게 열거한 기사를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예술분야에도 이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웹 서핑 과정에서 이미 외국에서 SNS를 활용한 아트프로젝트가 이루어 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중 대부분은 SNS의 메커니즘이나 특성을 활용하여 전시를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로 설치된 작품들만 봐도 이 전시가 SNS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소셜게임이나 위치기반 서비스(LBS) 등의 특성을 활용하여 참여자를 끌어들이고 이러한 SNS의 메커니즘이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시각화되어 전시를 이루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전시의 유형을 보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지만 여전히 기획자 1인이 만든 게임의 법칙에 의해서 과정이 만들어지고 결과물이 얻어지는 별로 소셜하지 못한 프로세스에 대해 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소셜네트워크 아트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올해 진행된 “SNAP” 과 “소셜뮤지엄”이다.

이 두 개의 프로젝트도 최종적으로는 전시의 형태로 귀결지어지지만 기획자가 최소한의 기획의 틀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내용과 과정 그리고 전시 모두가 소셜 네트위크 서비스의 특성인 인터렉션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형태를 구상했다. 전시 일정이 프로젝트 최종 단계에 잡혀 있긴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진행과정에 더 비중을 둔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기획 방향을 잡은 이유는 전시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로서 SNS를 활용하는 단계를 벗어나 상호관계에 기반을 둔 SNS 본연의 특성을 활용하여 네트워크 내의 모든 사람이 내용을 만드는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해서였다. 이는 참여, 공유, 개방을 표방하는 웹 2.0 시대의 특성을 어떻게 예술창작에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예술창작에 활용된 SNS
기획 초기에 이 시대가 만들어낸 소통의 도깨비 방망이(SNS)를 예술프로젝트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SNS는 어떠한 특성이 있으며 이것들이 본 프로젝트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살펴보겠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실시간 정보교류 및 온라인 인맥관계 등을 활용하여 수많은 참여자들의 관심을 유발시키고 인터렉션을 통하여 콘텍스트를 생산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프로젝트도 이와 같은 SNS의 특성을 활용하여 소기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네트워크 블로그, 유투브 등을 사용하였고, 이 중에서 참여자 모두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페이스북을 메인 인터페이스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SNS의 장점은 무엇보다 접근성과 정보확산의 용이함에 있는데, 이전에도 공공미술프로젝트나 과정 중심의 아트프로젝트에 인터넷 카페 등이 활용됐었는데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카페 개설 초기 단계에만 참여작가들이 접속하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접근성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인터넷 카페와 페이스북을 예를 들어 비교하면 카페는 접속자가 특정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방문하는 고립된 공간이지만 페이스북은 프로젝트의 목적이 아니라도 일상 생활 속에 부담 없이 들락거리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설령 다른 목적으로 접속했더라도 뉴스피드에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게시물을 쉽게 발견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탁월한 접근성은 장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페이스북 그룹이나 페이지의 접속자가 줄어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접근성 다음으로 정보공유 및 확장성도 SNS가 가진 특성 중에 하나로 SNAP 혹은 소셜뮤지엄에 참여하는 7명의 작가들이 평균적으로 100~200명 정도의 온라인 친구들이 있다고 했을 때 하나의 뉴스피드에 올라온 게시물은 1,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노출되게 된다. 댓글 등을 통해 친구의 친구까지 게시물이 노출 되는 것을 가정하면 게시물에 접근 가능한 숫자는 놀라울 정도로 확산된다. 이러한 특성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홍보에도 활용되어 별도의 오프라인 홍보 없이도 프로젝트 홍보효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SNS의 특성 중에 하나가 연동기능인데, 각기 다른 특성의 SNS 도구가 가지는 장단점을 상호보완하며 자료 공유와 유통 기능을 강화시킨다. 예를 들어 자료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아카이브 하는 기능이 뛰어난 블로그를 접근성과 확장성이 뛰어난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연동시켜 프로젝트 블로그에서 올린 글은 네트워크블로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페이스북 프로필 담벼락과 페이스북그룹 그리고 트위터에 게재되게 만들었다. 이러한 연동기능은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되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SNS의 장점만을 열거한 것이고 이러한 기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도구가 있더라도 이것을 활용하여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우리가 경험했던 실제 사례를 들어 언급하도록 하고 이제부터는 올해 진행되었던 SNS를 활용한 2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SNAP_연관검색어 美
동시대에 통용되는 美의 관점 혹은 견해를 SNS를 통해 엿보다.

이 프로젝트는 확고부동한 기획컨셉이라는 등대에 의존해 항해하는 방식이 아닌 몇몇의 키워드가 주어지고, 이 키워드를 해석하는 작가들의 서로 다른 방향성이 상호작용을 특성으로 하는 SNS의 바다를 떠돌면서 내용을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로 되어 있다. 주요 키워드 중에 하나인 ‘연관검색어 美’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美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름다울 美자의 美術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의 예술행위와 더 관련이 있다. 여기서 연관검색이라는 이 키워드는 끝말잇기 놀이처럼 의미를 끝없이 확장시켜나가는 장치로서 작동하게 된다. 또 다른 키워드는 이중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SNAP’이란 단어 그 자체에 대한 해석이다. SNAP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아트프로젝트를 지시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snapshot의 의미를 지시하기도 한다. 특히 후자인 스냅샷은 어떠한 준비동작이나 구체적인 의도 없이 순간적으로 촬영하는 스냅샷이 상징하는 즉흥성?자발성 등이 담겨 있는데, 이는 SNS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하는 요소로 본 프로젝트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키워드이다.

지난 5개월 동안 페이스북, 유투브 등을 통해 참여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공유했는데, 여기에는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상에 관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예술가 자신의 작업이나 삶에 관한 이야기, 미학에 관련된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의 화두가 되는 역할은 한 장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상에서의 대화는 최종적으로는 오프라인 상에서 전시의 형태로 이어지게 된다. 참여 작가의 작업 특성에 따라 SNS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의 작업에 해석되고 활용되었는데, 전시작업과 직접적인 연관 없이 작업이야기나 일상을 나누는 도구로만 SNS를 활용하거나 SNS 메커니즘을 보다 적극으로 작업에 개입시키기도 하고, SNS 자체를 비판적 시각으로 정의 내리는 작업의 유형을 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강지윤, 장근희 팀은 SNS에 노출된 타인의 정보를 근거로 오프라인 상에서 대상 인물을 추적하는 “당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 사용 가이드”라는 작업을 내놓았다. 이들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작업이지만 사실 5개월 동안 올렸던 게시물과는 좀 동떨어진 주제의 작업이었다. 반대로 이민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SNS의 메커니즘 자체를 작업에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 초반부터 작가의 주 관심사인 도심에서 발견되는 미시적인 존재들에 대한 기록을 지속적으로 페이스북 그룹에 올리고 이러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으며 이 내용들을 오프라인 전시에도 연결하였다. 또한 이진아의 작업 “Ensnarl_html_Hand print on transparent pipe, net” 은 작가 자신이 SNS상에 이루어졌던 기록들을 HTML 언어로 변환하여 투명파이프 위에 한자한자 써 내려간 작업을 통해 클릭 하나로 온라인 상의 친구가 생겨나는 SNS상의 인맥관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 물론 위에 예를 든 서로 다른 유형의 작업과정과 결과는 절대적으로 우위를 판단할 일이라기 보다는 SNS생태계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성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SNS의 특성을 잘 활용한 예술프로젝트의 성공사례로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검증되지 않은 SNS 생태계 안에서 예술창작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일종의 위험한 임상실험(臨床實驗)인 것이다. 이 실험은 동시대예술 영역에서 새로운 예술창작 모델의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SNS의 일방적 수용이 초래하는 부정적 측면 모두를 가늠해보기 위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보통신의 시대 한가운데서 ‘예술의 소통방식’을 되묻고 있다.

 
 

소셜뮤지엄_인천 중구
SNS를 기반으로 한 동시대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지역의 역사 쓰기

“SNAP_연관검색어 美”가 일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시켰다면 소셜뮤지엄 프로젝트는 SNS를 활용해 인천의 근현대사를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인천 중구라는 지역에 초점이 맞추어진 프로젝트이다. 소셜뮤지엄 프로젝트는 아무리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도 관주도형이거나 소수 전문가의 시각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역사쓰기와 보여주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실험을 담고 있다. 또한 유서 깊은 장소나 문화재급 건물 위주로 지역을 소개하는 관행적인 방식을 벗어나 이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작은 골목길 등에서 발견되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사물이나 시간의 흔적들을 미시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작품화시켜 이를 통해 이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미학적으로 재조명해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비중을 둔 소셜뮤지엄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이 중구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이야기 거리를 근 5개월 간 페이스북을 통하여 그 내용을 공유하고 이에 관한 다층위의 담론을 생산했다. 하지만 중구에 관한 이러한 기록들은 정확한 고증과 객관적인 테이터를 근거로 한 지역연구 프로젝트와는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300여 개에 육박하는 게시물과 수많은 댓글로 이루어진 소셜뮤지엄의 온라인 자료실은 현학적인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소셜네트워크를 매개로 이루어진 친구들 간의 두서 없는 수다의 퍼레이드에 가깝다. 이 수다는 말장난 그 자체가 되어 소멸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진지함이나 학구적인 접근을 통해서는 도저히 발견하지 못할 지역을 바라보는 독특한 사유방식과 미학을 담고 있다. 이렇게 SNS를 통해서 이루어졌던 중구를 대상으로 한 산만하고 파편화된 기록은 7명의 작가들에 의해 시각언어로 전환되어 인천 스페이스빔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업들 중에는 이야기의 “중구의 낯”과 오미경의 “오래된 나무와 노인과 그리고 헌책”처럼 지속적인 현장 답사를 통해 이루어진 작업도 있는 반면에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현장답사의 기반이 아닌 그 대상이 가진 또 다른 미학적인 관점을 다룬 이민의 “고현학적 산책”이나 강지윤, 장근희 팀의 “을왕리가는길” 등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SNAP에 비해서 페이스북 그룹 내에서 풍부한 담론이 형성되었고 이것이 직접적으로 작업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SNS 안에서 이루어진 풍성한 이야기는 작업의 형태로도 나타나게 되는데, 5개월여 동안 페이스북에 모여진 댓글 전체를 자신의 작업으로 소개한 유승덕의 “삐에르 메나르의 소설 중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온,오프라인 상의 작업을 통하여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중구 지역의 사소한 흔적이나 사물들이 재발견되며, 이것들에 다시 이름을 붙이고, 색깔을 입히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소셜뮤지엄은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다양한 접근방법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화된 기록(작품)들은 중구라는 지역을 재인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고 중구 내의 모든 길거리와 건물들을 있는 그대로의 위치에서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의 변신을 꾀하게 된다.

 
 

소셜네트워크 아트프로젝트를 마치며
SNS를 기반으로 한 두 개의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지어지고 있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 가졌던 SNS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예상치도 않았던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였다. 가장 큰 어려움은 개별적인 작업에 익숙한 작가들을 상호소통을 전제로 하는 SNS 판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더러는 자신의 작업에 관한 게시물 이외에 다른 작가들이나 일반 참여자들의 게시물에 관심을 보여주는데 극히 제한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코멘트를 달지 않는 현상들이 생겨나곤 했는데, 이는 적극적인 참여자들의 상호네트워킹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SNS 기반의 과정 중심형인 이 프로젝트의 생명력을 감소시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좀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바랐던 기획자의 입장에선 이 부분에 대한 결과는 그다지 흡족하지 않게 나타났으며 향후에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 참여자들의 성향이나 특성들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하여 섭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은 SNS 상의 인맥관계에 관한 것이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온라인상으로 엄청난 인맥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중에 상당수는 명목상의 관계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이 안에서도 소수들만이 서로 소통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내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프로젝트에 관련된 자료를 노출시킬 수는 있지만 여기까지가 SNS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SNS의 생태계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에 관한 연구가 다각도로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긍정적인 요소로 주목한 것은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일관된 연결고리도 없어 보이는 말장난의 교환 속에서 창작의 에너지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 점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놀이터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말잔치들은 상당수는 논리적이지도 문학적이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아무 의미 없는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SNS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수다의 향연은 대다수가 소모적이라고 폄하하더라도 가끔은 논리적 구성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독특한 말놀이의 묘미가 존재한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그 동안 올렸던 게시글 중에 이러한 것들을 선별하고 편집하여 자료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SNS를 활용해서 5개월여간의 진행과정을 공유해온 SNAP과 소셜뮤지엄 프로젝트에서 과정을 나누기 위해 사용된 페이스북 그룹 안의 게시물들은 대체적으로 일반적인 페이스북의 게시물과 큰 차이가 없는 읽기에 편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기획 초기부터도 이 피드 안에 현학적인 문장이 난무하고 예리한 비평정신이 살아 꿈틀대는 것은 물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괜한 걱정인걸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그리 되는 것을 살짝 경계했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올리기 시작했던 글들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진지함과 장난끼가 비선형적으로 뒤범벅이 된 글들에서 학구적인 포럼에서 발견할 수 없는 묘한 재미와 저마다의 삶이나 사유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때로는 여기서 왠지 모를 통쾌함까지 느끼게 된다. 이 대목에서 문득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요한 루이징하의 “호모 루덴스”에 나오는 구절이다.

“진지함은 놀이를 전혀 허용하지 않지만, 반면 놀이는 진지함을 아주 적절히 포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인천 중구라는 대상지역도, 연관검색어 美라는 키워드도, 이를 근거로 한 전시도 사실 모두가 하나의 구실일 수 있다. 우리가 진정 원했던 것은 SNS를 활용한 놀이판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놀이판에는 지역과 동시대예술에 대한 연구와 창작에 대한 진지함도 적절히 포괄되어 있다. 이 수다스런 말놀이가 7월(SNAP)에 이은 8월(소셜뮤지엄)의 전시를 기점으로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다. 우리가 그간 벌였던 온라인상의 말잔치가 예술이건 그렇지 않건, 이 모든 행위가 예술작품에 대한 뒤샹의 정의처럼 ‘물리적 대상이라기보다는 질문을 제기하는 사변적인 행위’와 관련 있는 그 무엇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