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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각> 전시서문
 
 
 


8년 동안의 프랑스 유학생활 후반부에 제작했던 작품들과 귀국한 이후의 작품들을 모아서 <흔들리는 시각>이란 주제를 가지고 진흥아트홀에서 개인전을 가진다. 비디오와 설치,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되는 평범한 도시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가 제안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의하여 예상치 못했던 실재와 가상 사이에 위치한 제삼의 지점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전시 타이틀인 “흔들리는 시각”이란 단순히 피상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의 흔들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안과 밖, 과거와 현재 등의 사이에서의 흔들림이면서 고정된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 실재 이미지와 반사된 이미지 사이에서의 흔들림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은 모호한 경계를 형성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양쪽 모두를 내포하는 이중성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Passage (파사주)’연작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흔들리는 시각에 대한 탐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의 ‘Dispositif (장치)’를 제시한다. "통로, 파리의 만보객"에 등장하는 남자의 등에 걸려 끈임 없이 흔들리며 도시(Paris) 의 감춰졌던 이미지를 담아내는 거울, 그 거울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는 비디오 카메라의 눈, 이 눈을 통하여 들여다보는 거리는 실재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때로는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 둘 다를 포함하는 통합된 이미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흔들리는 거울은 바라보는 주체와 바라보여지는 대상과의 관계를 모호한 경계 속으로 빠트리는 하나의 의도된 장치이며 작가는 이러한 장치를 통하여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지게 하는 시각적 전환점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Passage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그의 작업은 ‘이것'과 ‘저것'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혹은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가기 위한 중간 정도에 위치한 것들로 부동성의 이미지들과 유동성의 이미지들 사이에 존재하는 통로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영화이론가 레이몽 벨루 Raymond Bellour가 “Entre-images 사이 이미지”라고 부르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Nouvelles images 새로운 이미지”에로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의 작업에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에로의 변환통로로서 기존의 회화나 사진이 가지는 부동성에 영상매체를 통한 ‘움직이는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유학 전에 회화에만 전념하다가 프랑스에서 보자르와 조형예술대를 거치면서 설치와 영상미술을 하게 되지만 그것은 회화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와 영상미술 사이에 흔들리는 시각처럼 서로 다른 지점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이미지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시도일 뿐이다.
디지털 프린트 작품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일관된 의도가 그대로 연장되어 이어진다. 동영상에서 캡처한 스틸이미지나 혹은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한 이미지들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반투명한 이미지로 중첩하여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 한 작품들로 관객의 감상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수많은 이미지들이 합성되고 반복되어 나타난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어렴풋하게 드러나는 풍경화를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태분별이 불분명한 추상화를 만나기도 한다.
설치비디오 작품인 “Toile-VidEo 캔버스비디오”는 반투명한 캔버스 천에 그림액자 등 보다 직접적으로 회화의 외적 형식을 빌리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만나는 것은 아날로그적인 회화가 아니고 캔버스 뒤에 설치 되어있는 TV 모니터에 반복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디지털 이미지일 뿐이다. 하지만 이 디지털 이미지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다시 아날로그적인 미감을 발견하게 된다.

투사된 빛의 명멸함에 따라 비어있음과 채워짐이 반복되는 반투명의 캔버스처럼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하여 반복되는 이원화된 경계를 만나게 되고 그 사이를 오가는 흔들리는 시각을 통하여 무언가를 보려고 하지만 이내 실재와 가상사이의 혼돈 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어떠한 ‘순간 instant’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이것은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가 말한 “푼크툼 punctum”1) 처럼 순간적으로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그 눈먼 점을 통해 원래의 것들을 다시 다른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또 다른 전환점을 열어주게 하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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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oland Barthes, <La chambre claire>, Cahiers du cinema, Gallimard, 1980, p.49

2004 년 3 월 유승덕

 

[전시관련 방송보기]
온누리 TV 뉴스 <2004.3.18>
CBS 뉴스 <2004.3.18>
C3TV Gallery <20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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